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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없던 14번의 회차

해외 복권 뉴스에는 "몇 주째 이월되어 당첨금이 1조가 넘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한국 로또에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이월은 1,241회 중 딱 14번뿐이고, 마지막이 2011년 10월입니다. 15년 가까이 매주 누군가는 1등을 했습니다. 왜 그런지 계산해 봤습니다.

집계 대상 제1회 ~ 제1241회 · 원본 데이터 lotto-results.json, lotto-prizes.json

이월이란 무엇인가

한 회차의 당첨금은 판매액의 50%로 정해지고, 그중 상당 부분이 1등 몫으로 배정됩니다. 그런데 1등을 맞힌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그 돈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회차 1등 몫에 더해집니다. 이것이 이월입니다. 2등이나 3등에는 이월이 없습니다 — 해당 등수 당첨자가 없으면 그 몫도 다음 회차 1등으로 넘어갑니다.

이월이 생기면 다음 회차 1등 당첨금이 크게 뜁니다. 실제로 이 사이트의 데이터에서 이월을 받은 뒤 1등이 나온 열한 개 회차의 1등 배분 비율을 계산해 보면 평소 75%가 아니라 80.6~84.8%로 튀어 있습니다. 넘어온 돈이 얹힌 흔적입니다. 당첨금 계산 구조는 당첨금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에 정리했습니다.

14번의 전체 기록

1등 당첨자가 없던 회차 전체
회차추첨일다음 회차 1등다음 회차 1인당 당첨금
제1회2002-12-071명2,002,006,800원
제4회2002-12-280명 (연속 이월)—
제5회2003-01-041명6,574,451,700원
제7회2003-01-180명 (연속 이월)—
제8회2003-01-250명 (연속 이월)—
제9회2003-02-0113명6,430,437,900원
제13회2003-03-014명9,375,048,300원
제18회2003-04-051명40,722,959,400원
제24회2003-05-172명24,227,745,300원
제41회2003-09-136명6,899,280,100원
제71회2004-04-1013명3,260,524,600원
제289회2008-06-1413명2,149,214,424원
제295회2008-07-268명3,066,088,275원
제463회2011-10-1513명3,355,721,106원

몇 가지가 눈에 띕니다.

  • 14번 중 11번이 2004년 이전입니다. 로또 초창기에 몰려 있습니다.
  • 연속 이월이 두 번 있었습니다. 제4·5회가 2주 연속, 제7·8·9회가 3주 연속입니다. 3주 연속은 역대 유일합니다.
  • 역대 최고 당첨금은 이월 다음 회차에서 나왔습니다. 제18회가 이월되면서 제19회 1등 당첨자 한 명이 407억원을 받았습니다. 역대 1위 기록입니다.
  • 2008년에 두 번, 2011년에 한 번이 마지막입니다. 제463회 이후 지금까지 778회 연속으로 매주 1등이 나왔습니다.

이월이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제7·8·9회가 3주 연속 이월된 뒤의 제10회는 1등이 13명이나 나와 1인당 64억에 그쳤습니다(그래도 큰 금액이지만, 한 명이었다면 836억이 됐을 것입니다). 제463회 다음 회차도 13명이 나눠 1인당 33억이었습니다. 이월은 파이를 키우지만 몇 명이 나눌지는 여전히 운입니다.

왜 이월이 사라졌을까

답은 간단합니다. 너무 많이 팔리기 때문입니다.

한 회차에 팔린 게임 수를 n이라고 하면, 8,145,060가지 조합 중 아무도 고르지 않은 조합이 당첨번호가 되어야 이월이 됩니다. 사람들이 조합을 대체로 고르게 고른다고 보면, 1등 당첨자 수의 기대값은 λ = n ÷ 8,145,060이고, 1등이 한 명도 없을 확률은 e−λ입니다.

이 사이트의 등수별 당첨금 데이터에서 2·3등 당첨금 총액을 역산하면 회차별 판매 게임 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배분 비율이 12.5%로 고정되어 있어서 가능합니다). 제1241회의 경우 추정 판매액이 실제 발표액과 0.000004% 차이로 맞았습니다.

회차별 추정 판매 게임 수와 1등 당첨자 기대값
회차시기추정 판매 게임λ1등 0명 확률
제300회2008년약 4,447만5.460.43%
제500회2012년약 5,401만6.630.13%
제700회2016년약 6,685만8.210.027%
제900회2020년약 8,364만10.270.0035%
제1100회2023년약 1억 1,619만14.260.00006%
제1241회2026년약 1억 2,192만14.970.00003%

이 역산은 제110회 이후로 잘 맞습니다(추정 λ 합계와 실제 1등 당첨자 수가 거의 일치). 다만 2003~2004년 구간에서는 실제보다 크게 나오므로, 초창기 회차에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당첨금 산정 방식이 지금과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요즘은 한 회차에 1억 2천만 게임이 팔립니다. 8,145,060가지 조합을 평균 15번씩 덮는 양입니다. 이 상태에서 1등이 한 명도 없으려면 당첨번호가 된 그 한 조합만 아무도 사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럴 확률이 316만분의 1입니다.

제464회부터 제1241회까지 778회 동안 이월이 나올 기대 횟수는 0.22번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 기간에 이월이 한 번도 없을 확률이 약 80%입니다. 15년째 이월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계산대로의 결과입니다.

이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이유

"이월되면 당첨금이 커지니 그때 사겠다"는 전략이 이론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기대값이 올라가니까요. 문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100회 기준으로 이월이 나올 기대 횟수는 0.00005번입니다. 평생 기다려도 한 번 볼까 말까 합니다.

그리고 설령 이월이 일어나도, 다음 회차에는 "이번 주 당첨금이 크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삽니다. 판매량이 늘면 1등 당첨자도 늘고, 1인당 금액은 기대만큼 커지지 않습니다. 제10회와 제464회가 그 예입니다.

한국 로또의 구조에서 당첨금을 키우는 현실적인 변수는 이월이 아니라 "몇 명과 나누는가"입니다. 그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있고, 번호 고르는 법 글에 정리했습니다.

이월 회차 목록과 당첨금은 이 사이트가 공개한 데이터에서 직접 집계했으며, 원본은 동행복권 공식 발표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판매 게임 수는 등수별 당첨금에서 역산한 추정값이며 공식 발표 판매액과 소수점 이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확률 계산은 사람들이 조합을 고르게 고른다는 단순화를 전제로 하며, 실제로는 인기 조합에 쏠림이 있어 이월 확률이 이보다 조금 높을 수 있습니다.